관찰,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 주는 힘
『관찰한다는 것』은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 주는 힘인 관찰의 의미를, 생명과학자 김성호 교수가 25년간 이어온 생생한 경험을 통해 전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관찰하는 삶의 모습이다. 한여름에 한겨울 복장으로 산에 오르는 것은 기본이고, 번식을 관찰할 때는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움막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둥지만 보며 몇 달을 지내는 것이다. 읽는 내내 ‘정말일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왜 그렇게까지 할까?’ 의문이 들면서,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빨려들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관찰을 할 때는 심심할 틈도 무서울 틈도 외로울 틈도 없다. 숲에 있는 모든 것이 친구이고, 어두움도 자연의 일부이며,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기쁨과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짜릿함 때문이다.
김성호 교수는 1991년부터 지리산과 섬진강을 비롯해 우리 땅을 직접 찾아다니며 생명체들을 관찰해 왔다.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등의 책에서 이들에게서 배운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진리를 전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관찰한다는 것』은 그간의 생생한 경험은 물론 티코 브라헤, 레이우엔훅, 제인 구달, 석주명, 파브르 등 관찰에 삶을 바친 과학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함께, 자세히 보고, 다가가서 눈높이를 맞추고, 오래 기다리고 오래 지켜보며, 전체 속에서 하나만 보고, 생각하며 지켜보고,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는 관찰의 속성을 들려준다.
관찰이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특별한 과학자에게나 필요한 일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관찰의 자세는 결국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또 관찰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에 아름답게 미친 사람’이라는 평가답게 글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독자들이 이 에너지를 받아, 오감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관찰의 세계에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삶을 구성하는 말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십대를 위한 인문학,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다.
오래 기다리고 오래 지켜보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일
저자는 사진 한 장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썩어서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빈 소나무 그루터기다. 이어 또 한 장의 사진을 제시하며 우리의 편견을 깬다. 같은 그루터기에 다람쥐들이 모여 있는 사진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생한 사진으로, 자연에는 쓸모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음을 보여 준다. 이것이 바로 관찰의 힘이다.
그렇다면 관찰은 그냥 보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관찰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려면 대상에 다가가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한 번에 볼 수 없으니 오래 기다리고 오래 지켜보아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볼 수 없으니 하나만 지켜봐야 하는데, 그 지켜보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오래 기다리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보아야 하니,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한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내가 녹아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세히 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결국 그 대상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찰의 속성은 어느 하나를 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관찰의 이런 속성 하나하나를 다양한 일화를 들려주며 흥미롭게 소개한다.
몇 달 동안 외로움과 두려움,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며 딱따구리와 동고비의 둥지만을 바라보았던 저자의 경험이나 위험을 무릅쓰고 열대의 높은 나무 우듬지에 오른 마거릿 로우먼, 침팬지가 다가올 때까지 자기를 드러내고 오래 기다린 제인 구달의 일화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앎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게 하는 관찰의 힘
관찰의 주요 속성 중 하나가 생각하면서 지켜보는 것이다. 오래 지켜보면 으레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고 궁금증이 생기면 또다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자동 순환 체계처럼 관찰은 궁금함을 낳고 궁금함은 또 다른 관찰을 낳는다. 이러한 관찰의 시간이 오래 쌓이면 결국 본질을 알게 되는 것이다. 또한 관찰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해 주는 힘이 있다. 우리가 미생물의 세계를, 세포의 세계를, 진화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누군가의 관찰 덕분이다.
그런데 관찰한 결과가 모두 진실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와 오류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무려 7년 동안 버섯을 관찰했지만, 결과적으로 버섯의 이름을 아는 데 그쳤다. 왜냐하면 연관된 지식과 정보는 무시하고 버섯만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딱따구리 관찰에서도 마찬가지 오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딱따구리가 교대를 하러 올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단정했지만, 실은 둥지 근처 폭포 소리에 딱따구리 소리가 묻혀서 안 들린 것이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관계를 무시하고 하나만 떼어 본 오류였던 것이다. 이렇게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하는 힘과 통찰력은 더욱 크게 자라난다.
다른 사람의 책이나 사진, 영상으로 자연을 만나는 것으로는 이러한 관찰의 힘을 얻을 수 없다. 앞서 설명한 관찰의 과정과 실패나 오류를 경험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이든, 설사 그 대상이 자연이 아니더라도, 관찰의 주체가 되어 관찰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주변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멀리 있는 것까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들리는 것에서 들리지 않는 것까지, 느낄 수 있는 것에서 느낄 수 없는 것까지 세세히 관찰하기 바랍니다.”(119~120쪽)
한편 관찰을 할 때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관찰 노트는 기억의 보완장치로, 무엇을 알기 위해 지나야 하는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드러나게 해 준다. 또한 한 사람의 진실한 숨결이기도 하다. 관찰한 모든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모든 것도 함께 기록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람은 어디에서 어디로 불어 가는지, 주변에서는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지, 햇살은 어떤지 기록할 뿐만 아니라 그 순간순간을 맞는 자신의 느낌을 함께 기록함으로써 온전한 삶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첨단 장비보다는 연필과 노트를 더 권하는 이유에도 관찰의 오랜 경험에서 온 깨달음이 담겨 있다.
목차
기획자의 말
나에게 관찰은
관찰의 속살
관찰의 시작
관찰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관찰의 힘
도서명 | 관찰한다는 것 |
---|---|
저자 | 김성호 |
출판사 | 너머학교 |
출간일 |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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