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역사 추적으로 복원한
19세기 진주의 인물 이야기!
삶터의 뿌리 ‘지역’에서 한국문화의 섬세한 결을 짚다
서울 인구 1000만, 이를 포함한 수도권 인구 2500만. 한국사람 절반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이 메갈로폴리스에 살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그 밖에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것이 이곳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오늘날 한국 삶의 표준화는 ‘서울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고, 삶을 보는 관점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곳은 뭉뚱그려 ‘지방’이라 불리며 이들이 제각각 지닌 개성은 ‘주변’ 또는 ‘변방’의 것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여가 수요가 늘고 관광과 여행이 흥하면서 지방에 대한 관심이 느는 듯 보이지만 이것 또한 각 지역을 타자화하는 시선일 뿐이다. 지방을 관광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 나름의 빛깔을 이해하고 섬세한 결을 짚어볼 때 한국문화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에 알마 출판사는 ‘한국문화’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삶의 현장, 살아 숨 쉬는 공간인 여러 ‘지역’이 품은 가치에 주목한다. 그 시작으로 경상남도 진주의 문화를 톺아보는 책들을 ‘진주 문화를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준비했다. 이 시리즈는 ‘진주의 옛 건축’ ‘진주성 이야기’ ‘복자 정찬문’ ‘진주농악’ ‘진주의 옛 모습’ 등으로 이어지며, ‘진주성 전투’ ‘논개’ 등 이전에 소개되었던 주제를 복간해 재조명한다. 단순히 ‘지역의 한 사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주체’로 진주 문화를 자리매김하고 살펴보는 일은 한국문화가 지닌 다양한 빛깔과 섬세한 결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신선한 기회가 될 것이다.
순교자의 삶을 통해 돌아보는 조선 후기 진주의 한 장면
굳건하던 신분질서가 흔들리고 사회 변동이 시작된 조선 후기. 진주에서도 새로운 사상과 종교가 자리를 잡고 자라기 시작했다. 당시 진주는 경상우도의 중심지로서 국가질서가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이었다. 이런 곳에서 ‘금지된 믿음’을 지켜가는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그 삶이 지역 문화에 남긴 흔적은 무엇일까?
이 책은 엄밀한 사료 검토를 통해 병인박해 순교자 정찬문의 삶을 복원해냈다. 정찬문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에서 집전한 시복미사에서 복자로 추대된 한국 교회사 초기의 순교자다. 그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종교사적 의의를 넘어, 중세사회가 해체되기 시작한 19세기 조선 사회의 일면을 복원하는 일상생활사·지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진실을 좇는 역사 추적의 백미
병인년 모진 박해를 받고 머리 없는 주검으로 묻힌 순교자 정찬문. 이 책은 그에 관한 단 몇 줄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정 안토니오. 진주 동면 허유고개 중촌 사는 양반이라. 병인 가을에 진주 포교에게 잡혀 혹독한 형벌 아래서 죽으니 나이는 40여 세러라.” _《치명일기》(1895)
“정 안토니오는 본시 진주 동면 허우고개 사람으로 병인년 가을에 진주 포교에게 잡혀 고복考覆하고 진주로 가 옥중에 여러 달 갇혔다가 영정營庭에서 형장刑杖을 받아 치명하니, 지금 장수 가항 사는 김 회장 바오로가 그때 진주 소촌 사는 구 타대오에게 자세히 들었더라.” _《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1923)
오늘날 역사학자에게 남은 것은 증언기록 몇 문장과 무두묘無頭墓, 그의 가계를 확인할 족보뿐이다. 저자는 이 한 줌의 사료에서 시작해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해냈다. 이 작업은 그동안 종교적 관점에서 소략하게 서술되었던 인물의 삶을 역사적 관점에서 되살려낸 데에 의의가 있다. 저자는 《치명일기》 《병인박해 순교자 증언록》 《병인치명사적》등 종교사에 남은 세 편의 짧은 증언기록 이외에, 《각사등록各司謄錄》 《심리록審理錄》 《진주향교수리물재집수기晉州鄕校修理物財集收記》 <진주성도> 등 주변 사료까지 샅샅이 톺아 검토했다. 사료를 바탕으로 때로는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때로는 엄정한 태도로 결론을 유보하며 펼치는 역사 추적은 추리물과 같은 박진감마저 느끼게 한다.
진주가 품은 또 하나의 이야기
이 책은 이전의 인물 연구와는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인물을 복원해 진주 문화에 풍성함을 더한다. 남명 조식과 유교적 충절로 흔히 대표되어온 진주가 품고 있던 또다른 이야기다. 정찬문과 천주교 전파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에서 유교적 전통이 강한 보수적인 지역으로 알려져왔던 조선 후기 진주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정찬문 이야기와 함께 진주농민항쟁과 형평운동(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 지역 근대화를 이끈 사회주의운동 등 평등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어났던 사실을 조심스럽게 떠올려봄 직하다.
발간사
들어가는 말
1장 새로운 역사의 시작
조선에 싹을 틔운 새 사상 | 경남지역에 전해진 천주교
2장 증언 사료로 본 순교복자^6
순교자에서 순교복자로 | 순교자의 기록
3장 정찬문은 누구인가
절의를 지켜온 집안 | 신분과 태어난 마을
4장 순교를 둘러싼 진실
믿음의 계기 | 순교와 순교지의 진실
5장 순교복자 정찬문과 진주지역
진주지역의 근대화와 천주교 | 순교복자 정찬문의 상징화
6장 순교자의 증거인 경남의 천주교 발전
박해기 경남의 천주교 | 신교자유기 경남의 천주교 | 일제강점기 경남의 천주교 | 현대 경남의 천주교
나가는 말
참고문헌
도서명 | 복자 정찬문 |
---|---|
저자 | 박용국 지음, 유근종 사진 |
출판사 | 알마 |
출간일 |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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