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평가에 인색하다. 유행하는 예능을 봐도 통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웃기지 않는데 웃긴다고 주장하는 게 가장 싫다. 반면, 세상만사가 몹시 귀찮다는 무표정으로 우스운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금정연의 글이 내겐 그렇다. 몇 년 전 어느 강연에서 그에게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내민 책에 그는 ‘뭐 귀찮게 이런 걸…’ 싶은 표정으로 이름 석 자를 썼는데 그다운 일이었다. 만약 “아이고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따위의 말을 했다면 분명 '탈덕'했을 것이다. 참고로 『서서비행』은 서평(을 가장한 아무 글) 모음이다. 그의 글을 읽기 위해 그가 다룬 책을 사서 읽는 일이 내겐 자주 일어난다.
‘생계독서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살아가려 하는) 저자가 인터넷 서점 MD로 일하던 시절 시작해서 전문 서평가로 변신한 지금까지 써내려온 서평들 가운데 67편을 추려서 묶은 책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기에 실린 글들이 저자의 생계를 꾸려줬음은 물론이다.
“서평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가 서평가인가?” 글을 읽는, 혹은 쓰는 일의 환급성이 가혹하리만치 낮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생계독서’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비행非行이나 비행卑行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로나 교양, 연애, 승진, 그리고 삶을 바꾸기 위한 독서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며, 또 다른 ‘독서의 공간’을 펼쳐놓는다.
저자는 독서 그 자체로 만족이 되는 삶의 부분―이러저러한 변신을 꾀하기 위함이 아닌, 독서하는 행위로 그저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세계가 열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이 있다고 전한다. 하여, 그의 책 소개는 자신감 넘치거나 호기롭거나 ‘한번 읽어보시라, 삶이 바뀐다’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했다기보다 그의 ‘일상’인 책들은 그저 독서가 ‘사는 것’인 그 시점에 마주했던 재치 넘치는 ‘매문기’일 따름이다.
도서명 | 서서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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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금정연 |
출판사 | 마티 |
출간일 |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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