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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요약정보 및 구매

허수경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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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경 시인, 그리고『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인의 신작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펴낸다. 2005년 네번째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이후 햇수로 6년 만에 선보이는 시들이다. 1987년 『실천문학』으로 데뷔했으니 시인으로 사는 일도 근 24년이 되었고, 1992년 독일로 떠나 지금껏 그곳에서 살고 있으니 이국에서 사는 일도 근 20년이 되었다. 그사이 시인은 다섯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쉽게 계산해보자면 5년에 한 권 꼴이니 그리 과작도 그리 다작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말로 24시간을 사는 삶이 아니니 우리말로 속 깊이 호흡할 수 있는 시인만의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히 짐작이나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움이 차오르지 않으면 뱉을 수 없는 시인의 그 말들.


    한국 시단에 있어 허수경 시인이 차지한 그 자리가 어떠한지 잠시 생각해본다. 시인만의 고유한 울림이 있는 자리다. 시인만의 고유한 언어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자리다. 시인은 여자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로, 목청껏 지르고 싶었으나 도저히 삼킬 수밖에 없었던 세상사의 많은 슬픔과 비애들을 다양한 음역을 가진 시로 표출을 해주곤 했다. 시인 스스로 일찌감치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라고.


    이번 시집에는 총 54편의 시가 실렸다. 고고학적인 세계와 국제적 시야를 바탕으로 그사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사유는 더욱 깊고 더욱 넓어졌으며 더욱 간절해졌다. 그 간절함의 대상은 우리가 쉽게 정의내릴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하며 가벼운 것이 아니다. 무한이다. 우주이며 역사다. 사랑이다. 당신이며 너다. 시를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읽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다시금 책장을 넘기게 되는 힘, 삶을 다 살고 났을 때 내가 살아낸 것이 과연 무엇인가 다시금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 이 시집은 우리에게 마침표를 찍어주는 게 아니라 물음표를 던진다. 물론 홀로 고민하게 하지 않는다. 함께 고심하게 만든다.


    부드러운 이 완력을 따라가다보면 안팎으로 세상의 온갖 자잘한 떨림과 함께 흔들리는 시인과 만난다. 그렇게 비틀, 하는 순간의 균열을 견디지 못하고 튀어나온 말들을 좇는 시인과 만난다. 시인은 몸이 가는 대로 시를 섬긴다. 그러다보니 한 줄의 넋두리로 완성되는 시가 있었고, 어떤 시들은 희곡이나 에세이처럼 다른 장르의 옷을 입어야 숨을 쉬기도 하였으며, 또 어떤 시들은 그 자체로 노래였다.


    “수다스러워졌달까요. 이번 시집엔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글도 있고, 희곡 형식을 빌려 쓴 시도 있어요. 장르 통합의 욕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노래의 형식으로 풀 수 있는 주제가 있는 반면, 산문시의 형태를 빌려야만 풀어낼 수 있는 주제도 있는 것이죠. 시는 마땅히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2010년 10월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중에서


    시인의 이번 시집을 하나의 거대한 유적지라고 하자. 감히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까닭은 앞서 펴낸 네 권의 시집 속 시편들의 기원을 바로 이 시집 속에서 발굴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시를 읽는다. 아니, 시를 캔다. 그 뿌리의 끝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에서 끊어지는지 알 수 없는 그 막막함을 희망으로 우리는 벌써부터 시인의 다음 시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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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저자 허수경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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