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무기력한 일상을 사는 직장인에게 이 얼마나 달콤한 제안인가요. 만약 누군가 절대 망할 염려가 없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근사한 사업을 제안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역설적인 결말로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플랑드르 문학상을 수상하고 영화로도 각색, 제작된 네덜란드 문학의 명작 『9990개의 치즈』. 우연히 치즈 사업에 뛰어들게 된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인물의 어설픈 도전을 통해 물질이 질서를 만드는 현대 사회와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소시민의 내면을 풍자한 이 소설은 193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타자기와 전화기만 빼면 그대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로 읽힐 만큼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처자식을 먹여 살릴 요량으로 근근이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 라르만스. 내세울 것 하나 없어 근사한 자리에 가면 주눅부터 드는 처지의 그에게 어느 날 놀라운 행운이 날아든다. 명품 에담 치즈를 벨기에 전역에 독점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 제안을 받은 것이다. 운명을 가를지도 모르는 계약서는 즉석에서 서명한 라르만스. 명품 에담 치즈 20톤, 즉 9,990개의 치즈가 달려오고 있지만, 라르만스에게 아직 다른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런 라르만스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있다. 넓은 책상, 근사한 타자기, 무엇보다 공식 상업용 편지지가 있어야 한다. 아직 딱히 보낼 곳은 없지만 그 편지지는 아주 품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편지지에 이름만 달랑 적어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회사명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작명에 골몰한다. 현대적인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이름으로……. 사업을 결심하자 라르만스는 벌써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계층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취직하기도 어렵지만 취직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직장, 불안한 현실에 자의반 타의반 ‘투잡’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이 글이 쓰여 진 1930년대의 사회 구조와 직장인의 처지는 80여 년이 지나나도록 별로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비전 없는 직장 생활에 지쳐 가는 사람, 오랫동안 직장 탈출을 꿈꿔 온 사람,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잡을 계획해 본 사람이라면 결코 남의 이야기로 읽을 수 없을 소설이기도 하다. 위축된 삶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가슴에 공상을 닮은 큰 꿈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직장인들이 크게 공감할 이야기다.
도서명 | 9990개의 치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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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빌렘 엘스호트 |
출판사 | 열린책들 |
출간일 |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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