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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만년필은 다 잘 나와야 합니다"

1만 자루 만년필을 시간과 손을 써 살려내고

저마다 다친 마음 어루만진 만년필 수리공

나만의 쓸 것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오늘도 종이 위를 스치며 풀어내는 삶, 사람, 이야기

1만 자루 만년필을 고친 만년필 수리공

만년필 하는 사람 ‘펜닥터D 김덕래’가 들려주는 만년필 이야기

방탄소년단 알엠은 왜 팬들에게 주는 역조공 선물로 만년필을 골랐을까? 최신 폰 가진 당신은 왜 다이어리를 공들여 기록하고 손 편지를 쓸까? 터치 한 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왜 굳이 아날로그를 찾을까?

1만 자루를 고친 만년필 수리공, 만년필 손보다 만난 사람들하고 나눈 따뜻한 사연을 전하는 천생 이야기꾼. 만년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펜닥터D’ 김덕래가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를 냈다. 공대 다니다 방향 틀어 시인을 꿈꿨고, 사회복지사부터 일식 조리사까지 예닐곱 개 직업을 건너 ‘만년필 하는 사람’이 됐다. 잘 고친 만년필을 건네며 이어진 사람들이 좋고 손 편지로 오고간 이야기를 흘려보내기 아까워 인터넷에 ‘김덕래의 만년필 이야기’를 3년째 연재했다. 다루기 힘들고 때로는 귀찮은 아날로그 필기구 한 자루에 온기를 담아내는 이들 덕분에 누린 행복을 전해야 했다. 만년필 한 자루에 담긴 매력을 널리 알리고, 나만의 ‘반려 펜’을 찾는 이들을 돕자 싶었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용부터 명품과 한정판까지

나만의 ‘반려 펜’ 찾는 당신을 위한 만년필 가이드

만년필은 비싸고 무겁기만 한 사치품일까? 사인펜이 있는데 굳이 만년필로 사인을 하는 이유는 뭘까? 비싸거나 희귀한 만년필이 누구에게나 좋은 걸까? 다루기 힘들고 때로는 귀찮은 만년필을 사람들은 왜 굳이 쓰려 할까?

죽은 만년필 살리고 다친 마음 고치는 펜닥터 김덕래는 만년필이 최고 필기구라고, 만년필에 관련해서는 전문가인 내 말이 옳다고 목청 돋우는 대신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비전문가라며 무시하지 않고, 많이 안다면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1만 자루 만년필을 고친 만년필 수리공이자 만년필 100여 자루를 소장한 헤비 컬렉터인 펜닥터 김덕래도 1만 원짜리 만년필을 작업대에 놓고 잘 쓴다. 명품 만년필의 조건은 함께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만년필이 반전의 묘미를 지닌 필기구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죽은 만년필 살리고 다친 마음 고치는 일을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는 1만 자루 만년필을 고치며 남긴 기록에서 33편을 골라 묶은 ‘만년필 에세이’다. 파카, 워터맨, 몽블랑 등 흔히 아는 만년필부터 스틸폼 같은 낯선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 모나미까지, 수리 맡은 펜에 얽힌 사연에 더해 만년필 역사와 종류, 만년필 다루는 법, 만년필 관련 용어 등 만년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또한 입문자가 쓰기 좋은 만년필을 추천하고, 만년필 사용자도 잘 모르는 브랜드의 역사나 특징을 알려주고, 세상에 200자루만 있는 희귀 만년필을 보여주고, 이미 여러 자루를 가진 사람도 또 들이고 싶어할 목록을 제시하는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한테 맞는 만년필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조곤조곤하던 ‘만년필 하는 사람’ 김덕래도 이때만은 힘줘 말한다. 내 취향에 맞는 나만의 ‘반려 펜’이 최고의 만년필이라고.

펜닥터 김덕래가 지닌 미덕은 평범한 이들의 삶 속 만년필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있다. 박목월, 박경리, 조정래를 비롯해 많은 문인이 만년필을 썼다. 나쓰메 소세키는 오노토 만년필을 곁에 뒀고, 마크 트웨인은 콘클린 만년필의 광고 모델이었다. 이런 명사들만큼 평범한 이들도 만년필에 애정을 쏟는다. 값싼 보급형 만년필이나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단종 만년필, 가족이나 지인이 물려준 사연 얽힌 만년필, 큰마음 먹고 들인 고가 만년필이 말썽을 부리면 애가 타 도움을 구한다.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 다급한 심정을 담은 편지와 문자는 펜닥터 김덕래의 마음과 손끝을 움직이고, 켜켜이 쌓인 시간과 따뜻한 온기는 잘 고친 펜과 손 편지에 오롯이 담겨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펜촉에 담긴 우주

취향 맞는 나만의 쓸 것으로 기록하는 삶, 사람, 이야기

펜닥터 김덕래가 쓴 글에서 만년필은 우리네 삶에 유비된다. 잘 고친 만년필이 그리는 궤적은 새끼손톱보다 작은 펜촉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내가 길들이는 대로 바뀌는 쓸 것이 주는 기쁨은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아무나 다가갈 수 없는 마음의 자리다. 조금 불편하고 때로는 귀찮은 만년필을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년필을 수리하는 일은 이야기하는 과정이다. 마땅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시간을 들여 만년필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죽은 만년필이 살아나고 다친 마음에 새살이 돋는다. 20세기 전반기의 만년필 황금기는 실용성과 싼 값을 앞세운 볼펜에 밀려 사라졌다. 손 안의 디지털이 나와 우리의 우주를 지배하는 요즘, 만년필은 다시 황금기를 맞게 될까? 대답은 기록하는 인간, ‘호모 아키비스트’에게 온전히 달려 있다. 종이 위를 스치며 남긴 몇 줄 문장은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모든 삶은 다 가치 있듯, 모든 만년필은 다 잘 나와야 한다. 루페 들고 작업대에 앉은 펜닥터 김덕래는 오늘도 맨손으로 만년필을 고치고 삶을 기록한다. 죽은 만년필은 살리고, 다친 마음은 고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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