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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우리는 남보다 낫길, 나아가 모든 것에 뛰어나길, 그래서 완벽하길 바라기도 한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반문하면서도 실제로 그래 보이는 사람이 있는 까닭에 헛된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사회 풍조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스스로 완벽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며, 누군가를 완벽하게 여김은 착각이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을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이는 것을 먼저 믿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보여지는 것이 좋거나 마음에 들 때, 비로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고자 한다. 유념할 점은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듯, 나다워 보이는 사람이 꼭 나다운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다움은 어디까지나 인간 내면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 제1부 나, 〈나를 나답게 만드는 마음〉 중에서
현대사회는 여러 가지 기우로 가득 차 있다. 정보 과잉은 쓸데없는 걱정을 낳고, 걱정은 근심을 낳으며, 다시 근심은 짜증과 스트레스를 낳는다. …(중략)… 걱정과 근심, 짜증이 무익한 까닭은 이것만으로는 우리의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자로운 사람은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으며 짜증 내지 않는다.
일찍이 공자는 네 가지를 끊었다고 하였다. 역시 「자한」편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공자가 끊은 네 가지는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다. 무의란 ‘사사로운 의견이 없음’을 뜻하고, 무필이란 ‘반드시 해야 함이 없음’을 뜻한다. 무고란 ‘지나치게 고집함이 없음’을 뜻하고, 무아란 ‘내가 아니면 안 됨이 없음’을 뜻한다. 나 혼자 살지 않는 세상에서 나를 믿고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곧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일러 인자롭다고 이야기한다. 인자로운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세상을 항상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 제1부 나, 〈즐기는 사람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이유〉 중에서
공자에 따르면, 과거의 나는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은 주변 사람들을 지치고 또 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루는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사고를 쳤다가 경찰서에서 풀려난 직후였다. 얼마나 올랐을까.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비탈진 낭떠러지 끝에 서서 말했다. “나는 한평생을 네가 나 때문에 창피한 일은 없도록 조심하며 살았다. 그런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제는 너 때문에 내가 창피해서 더는 살 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뛰어내려 죽어라. 혼자 죽기 정 무서우면 내가 같이 가줄게.”
그때 그 낭떠러지에서 어렸을 적 애써 잠든 척하며 엿들었던 아버지의 하소연이 떠올랐다. 뛰어내릴 용기조차 없었던 나는 산을 내려 오는 내내 ‘아버지’라는 이름의 저 사내에게, 참으로 못 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아버지가 나 때문에 경찰서에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부터, 제갈씨라는 성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랐던 한 사내의 신념은 내 삶에 작은 이정표를 세웠다. 교육을 통해 학습된 이정표라기보다는 감동을 통해 각인된 이정표였다.
- 제2부 너, 〈세상이 바르게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조언〉 중에서
사람의 마음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 가운데 하나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어떤 말은 오해를 종식시키기도 한다.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하면 오해가 풀리고,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인다. 그리고 신뢰는 믿음으로부터 온다. 나는 공자가 말하는 덕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 도청도설과 가담항설이 아무리 나돌더라도 사람들끼리 서로 신뢰할 수 있다면, 도청도설과 가담항설은 그 믿음 앞에 무력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세상에 사실이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것을 진실이라고 여길 따름이다. 친구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면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는 것이 좋다. 이는 한 여성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의 안목을 믿는 것이다. 자녀가 결혼할 배우자를 데리고 오면 그에게 실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는 낯선 청년을 믿는 게 아니라, 내 자녀의 선택을 믿는 것이다. 결혼할 사람이 자신의 부모를 소개해주면 그들을 내 부모라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는 겪어보지 않은 어른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 배우자 될 사람의 근본을 믿는 것이다. 신뢰 앞에서 사족은 없는 것과 같으며, 믿음 앞에서 도청도설과 가담항설은 갈 곳을 잃는다.
- 제3부 우리, 〈살리는 말, 죽이는 말〉 중에서
사소한 것에 연연하며 자신의 지식과 예법에 도취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가족 간의 호칭과 사회 구성원 간의 명칭에 민감하다. 예컨대 ‘하다’와 ‘하셨다’에서 ‘셨’ 자의 있고 없음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또 ‘부장’과 ‘부장님’에서 ‘님’ 자의 있고 없음에 따라 자신의 권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란 어디까지나 군자와 대인의 도리다. 군자나 대인은 모두 큰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찍이 자공은 ‘현자(賢者) 지기대자(識其大者) 불현자(不賢者) 지기소자(識其小者)’라 하였다. ‘현명한 사람은 그 큰 것을 기억하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그 작은 것만을 기억한다’는 뜻이다. 또 자하는 ‘대덕불유한(大德不踰閑) 소덕출입가야(小德出入可也)’라 하였다. ‘큰 덕이 한계를 넘지 않으면 작은 덕은 왔다 갔다 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중략)… 마음과 정신이 큰 덕이라면 경칭과 존칭 등의 호칭은 작은 덕이다. 그리고 큰일을 먼저 하면 작은 일은 저절로 처리될 것임은 공중화장실에 놓인 변기조차도 아는 소리다.
- 제3부 우리, 〈호칭에 예민한 사람들의 한계〉 중에서
살면서 가끔은 학생주임 선생님의 ‘나무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성과 논리로 한 말은 짧게나마 인간을 납득시킨다. 반면에 감정과 가슴으로 한 말은 오래도록 그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법이다. 어느덧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살았던 날보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살아온 날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그동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행히 깡패가 되지는 않았다. 대신 남편이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또 나도 그 시절의 학생주임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선생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학생주임 선생님의 ‘나무 이야기’를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그는 과연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똑같아지지는 않고, 소인은 똑같아지기를 좋아하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의 덕목이 저 유명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래도 학생주임 선생님은 내게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한쪽은 매를 들며, 또 한쪽은 매를 맞으며 마냥 증오만 싹 텄을 리는 없다. 그것도 사제지간에 말이다. 아마 선생님은 내가 소인의 길을 걷기보다는 군자, 즉 대인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운동장 저편의 나무를 가리켰던 게 아닐까. 내게 화이부동의 덕을 일러주고 싶은 바로 그 마음에서 말이다.
- 제4부 세상,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 중에서
도서명 |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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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제갈건 |
출판사 | 마이디어북스 |
출간일 |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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