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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빵’ 정신으로 세상과 맞짱 뜨며 여기까지 온 사람
김미옥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다섯 자식과 병든 남편을 책임진 엄마에게 막내딸은 잉여 자식인 셈이라 박대와 차별로 고통받을 운명이었다. 그런데 김미옥이 누군가? 거친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선빵’의 정신으로 살아남는 법을 익힌 여걸 아닌가? 어릴 적엔 자신의 태몽을 흙탕물이 나오는 흉몽으로 규정한 모친에게 바락바락 맞서기도 했다. 4대 문명은 하천이 범람한 흙탕물에서 일어났으니 자기 태몽이야말로 길몽이라고! 결혼 후 시댁에서 신참 며느리 길들이기로 제수 음식을 맡기자, 상다리가 부러지게 배달 음식을 차려놓곤 “그동안 개다리소반에 얼마나 시장하셨겠냐!”며 조상님께 선빵을 날린다. 망한 집안의 막내딸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그는 타고난 ‘또라이’ 기질과 돌파력으로 세파를 헤쳐왔다. 그의 인생사를 듣다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러나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당찬 기개에 감탄하게 된다.
가난과 고단함 속에도 구원은 있었으니
김미옥의 삶에서 가난이 고난이었다면 책은 구원이었다. 12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일당을 벌어야 했던 와중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입주 과외를 전전하며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책을 탐닉했으니 그가 독서를 통해 삶의 구원을 얻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할 때도 책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책이 있어 삶이 누추하지 않았고 신산한 마음은 비루하지 않았다. 책이 주는 충일감을 잘 알기에 그는 은퇴 후에도 미루어두었던 독서에 몰두했다. 읽은 책은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SNS에 열성적으로 소개했다. 반짝이는데도 발견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책이 있으면 더 열렬히 알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는 활자 중독자에서 북 인플루언서로 세상에 회자 되고 있었다. 그는 책을 놓지 않았고, 책은 그를 구원한 생명줄인 셈이다.
밥 한 공기의 힘을 세상에 돌려주다
김미옥은 강하지만 따뜻한 사람이다. 어려운 시절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불러낸다. 6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보내진 그를 양녀로 입양하려 했던 최숙자 담임 선생님, 갈 곳이 없던 그를 자취방에서 재워준 경리 친구, 사흘을 혼자 앓을 때 밥상을 차려준 옆방 애숙 씨. 이들은 김미옥을 알아보고 말없이 지지해준 사람들이다. 힘든 시절에 마음 한 조각, 밥 한 공기를 나눠주었던 이들이 있었기에 그의 삶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세상에 돌려주려 한다. 착해서가 아니라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아프고 힘든 이들을 살피고 베푼다. 추천사든 칼럼이든 글쓰기로 인해 돈이 생기면 기부하고 애가 울면 애 엄마가 올 때까지 봐준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챙긴다.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그가 공개된 지면에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픈 기억에 악수를 건네다
너무나 비참해서 되돌아보고 싶지 않던 과거도 글로 쓰고 나면 내 것이 아닌 듯이 저쪽에서 반짝인다. 그래서 김미옥 작가는 글을 쓰고 이를 SNS에 공유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건 아픈 과거를 곱씹으며 원망이라는 창고에 차곡차곡 쟁여 놓는 대신, 빨래하듯 박박 치대서 볕 좋은 곳에 바짝 말려내는 일이다. 서글픈 기억이 다시는 자신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며 쓰는 글. 이것이 김미옥의 글쓰기다. 그가 과거와 화해하고 삶을 살아내는 힘을 얻는 것도 바로 이 같은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산다는 건 연필처럼 제 몸을 깎아내는 일이라며 자신의 과거에 다정하게 악수를 청한다. 몽당연필을 보며 소멸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삶은 매정해도 나는 다정하리라’ 다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김미옥 작가가 치열하게 살아낸 자신의 삶에 대한 담담한 기록이자 고백록이다.
도서명 | 미오기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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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미옥 |
출판사 | 이유출판 |
출간일 |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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