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세계에서 사물은 관련을 잃는다. 언어란 사물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시를 시로 성립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발랄하고도 고독한 박상순의 시는 바로 이 언어를 통한 실험과 놀이의 꾸준한 기록이다. 왜 굳이 ‘슬픈 감자’일까. 왜 굳이 ‘200그램’일까.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지만, 동시에 ‘슬픈 감자 200그램’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감각이 있다.
박상순 시집. 1991년 「작가세계」로 데뷔한 뒤 한국 시단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독특한 개성과 그만의 리듬으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한 시인 박상순. 1993년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1996년 두번째 시집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2004년 세번째 시집 <러브 아다지오>를 출간했으니 그의 네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은 햇수로 13년 만에 선을 보이는 것으로 그 오랜 시간의 침묵이 52편의 시에 아주 녹녹하게, 그러나 녹록치 않은 맛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총 3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은 언어라는 슬픈 도구가 얼마나 풍요롭게 시의 잔치를 벌일 수 있게 하는지 그 일련의 과정들을 몹시도 아름답게 복작거리는 그 말과 손의 다채로움으로 우리의 오감을 매혹시키고 있다. 박상순의 시를 눈으로 읽을 때와 박상순의 시를 입으로 읽을 때, 그리하여 박상순의 시를 마음으로 토해낼 때 우리가 손에 쥐는 건 형체가 없는 슬픔의 덩어리다.
무게를 잴 수 없는 슬픔의 한 줌 또 두 줌. 발랄하고 경쾌한 단상 뒤에 내 인생의 봄날 뒤에 어쩔 수 없이 닥치는 그 울음의 덩어리. 박상순의 시는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데 이는 시의 뜻이 아니고 시인의 의도도 아니고 바로 제 할 탓의 '우리' 몫이다.
도서명 | 슬픈 감자 200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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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상순 |
출판사 | 난다 |
출간일 |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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