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기울어진 두 사람의 몸이 서로를 지탱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홀로 남은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애쓰는 일이기도 하다. 유진목 시인의 『연애의 책』은 사랑하던 두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사람을 그린다. 때로 그것은 매우 아름답고, 때로는 매우 애틋하다. ‘연애의 책’이란 지금의 연애가 아니라, 지나간 연애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 부문에서 시 3~5편의 응모를 요구하고 이를 심사하는 신춘문예는 시인으로서 등단하는 가장 유력한 통로로 오랜 시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심사 방식에 대해 "서너 편만 봐서는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가 시인들 사이에 대두된 지 오래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김혜순, 김정환은 몇 해 전 신춘문예나 잡지 등단 관행의 문제점을 '출판사 주도로 오래 준비해 출간하는 시집 출판'이라는 새 제도로 극복하고자 뜻을 모았다. 즉, 시집 출간으로 시인을 등단 내지 재등단시키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시집 한 권 분량을 채울 50∼60편의 시를 한꺼번에 받아 살펴본 뒤 역량이 확인된 시인들의 시집을 출간하여 시집선을 채운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선정위원, 출판사가 시인과 힘을 모아 시집 출간의 새로운 통로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인 만큼, 투고된 시들에 대해 곧바로 당락 결정을 하기보다는, 시인 한 명당 50~60편의 투고작 전체를 꼼꼼히 살피고 가능성이 돋보이는 시 원고에는 심사위원의 메모를 덧붙여 반송하고, 고쳐 온 시 원고를 다시 심사하는 수고를 들였다. 이 책은 그렇게 3년간 엄밀한 선정 과정을 거쳐 선정된 '삼인 시집선'의 1권이다.
유진목의 시집 <'연애의 책>은 절제된 유머 감각이라 할 만한 것을 바탕에 두고 있다. 유진목 시인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웃음의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시로 육화하는 솜씨가 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세상에서 포획한 웃음의 요소들을 아무데나 방목하지 않고 우리 삶 속의 어둠과 대면하는 자리에 조심스레 밀어 넣는 것이다.
도서명 | 연애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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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진목 |
출판사 | 삼인 |
출간일 |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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