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술자리를 가장 맛깔나게 묘사하는 소설가로 권여선과 윤성희를 꼽는다. “술이 안 나오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해도 자꾸만 정신 차리면 인물들이 저들끼리 술을 마시고 있어서 화들짝 놀라며 삭제를 누르곤 했다"는 권여선 작가의 ‘본격 음식 에세이’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총천연색의 맛깔나는 일러스트는 덤이다. 나는 오늘도 라면을 끓이고 열무김치를 꺼낸 후 소맥을 말면서 그의 ‘까죽나물’에 대한 글을 읽는다. 아아, ‘까죽나물’이 대체 뭐란 말인가. 궁금해죽겠지만 그걸 해 먹을 에너지도 능력도 곰손인 내겐 없으니 그저 슬픈 일…!
2016년 제47회 동인문학상, 2015년 제18회 동리문학상, 2012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2007년 제15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 권여선의 첫 산문집.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로 '주류(酒類) 문학의 위엄'이라는 상찬을 받은 바 있는 저자가 '음식' 산문을 청탁받고 쓴 사실상의 '안주' 산문집이다. 소설에서는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먹고 마시는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책에서는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이 총 5부, 20개 장에 걸쳐 소개된다. 대학 시절 처음 순대를 먹은 후 미각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입맛을 넓혀가기 시작한 저자에게 먹는 행위는 하루를 세세히 구분 짓게 하며, 음식은 '위기와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화해와 위안을 주기'도 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매운 음식에 대한 애정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고, 단식 이후 맛보는 '간기'는 부활의 음식에 다름 아니다. 창작촌 작가들과의 만남에서도, 동네 중국집 독자와의 만남에서도 음식은 새로운 관계 맺음에서 제대로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이 밖에도 제철 재료를 고르고, 공들여 손질을 하고, 조리하고 먹는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을 먹었을 때의 만족감을, 쾌감에 가까운 모국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산문집은 주류(酒類) 문학의 대가 권여선이 소설에서는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못할 그야말로 '혀의 언어'로 차려낸 진수성찬이다.
도서명 | 오늘 뭐 먹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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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권여선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출간일 |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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